“여태껏 나만을 위해 살았는데 이젠 남을 위해 살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대전지역 장애인 취업시설인 ‘성세 재활 자립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수 원장(59)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소회다. 국내 항공사에서 30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김원장은 지난 2월 말 자립원 쪽의 권유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넉달 전 그가 자립원에 왔을 땐 자립원의 경영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수천만원의 빚에다 일감은 날로 줄어들고 장애인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난 상태였다.

원장직을 맡자마자 업무를 파악하고 마음을 정리할 새도 없이 그는 일감부터 찾아 나서야 했다. ‘더 이상 나빠지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김원장은 “주 원청업체의 부도로 작업비를 받지 못한데다 일거리도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라 처음엔 앞이 캄캄했다”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대학과 교회 등지를 돌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발품을 판 덕에 자립원은 석 달 남짓 만에 ‘희망’을 되찾고 있다. 빚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간 밀린 자잿값도 차근차근 갚아나가고 있는 것. 무엇보다 마음 졸이지 않고 장애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게 된 것이 그의 가장 큰 위안거리다.

그러나 김원장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그는 안정적으로 일거리를 제공해 줄 원청업체 확보와 장애인이 만든 제품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편견이 사라져야 일거리가 늘고 일거리가 늘어나야 급여도 올려주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아직도 장애인이 만들면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은 불량률이 적고 오히려 완성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김원장은 “자립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직원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아가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돕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아직까진 미흡하지만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동안 이러한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하청 일을 하는데서 벗어나 생산시설을 갖춘 자체 공장을 마련해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될 때 장애가족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대전= kwj5797@fnnews.com 김원준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출처 : 파이낸셜뉴스